푸딩은 부드럽고 달콤한 식감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디저트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만들려고 하면 오븐이 필요하거나 과정이 복잡할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팬과 냄비만 있으면 충분히 부드럽고 안정적인 수제 푸딩을 만들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팬으로 만드는 푸딩을 조리 과정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재료 준비부터 불 조절, 굳힘 과정까지 차근차근 따라가면 실패 없이 완성할 수 있다.

재료 준비와 계란 혼합 과정
푸딩의 기본 재료는 단순하다. 달걀, 우유, 설탕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재료가 단순한 만큼 각각의 상태가 중요하다. 달걀은 신선한 것을 사용하고, 조리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잠시 두는 것이 좋다. 차가운 달걀은 우유와 섞일 때 분리가 쉽게 일어난다.
볼에 달걀을 깨 넣고 설탕을 넣는다. 이때 거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천천히 저어준다. 너무 세게 저으면 공기가 많이 들어가 푸딩 표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달걀과 설탕이 고르게 섞이면 우유를 조금씩 나눠 넣으며 저어준다.
우유는 한 번에 붓지 말고 두세 번에 나눠 넣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달걀이 갑자기 익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혼합이 끝난 뒤에는 체에 한 번 걸러준다. 이 과정은 번거로워 보이지만 푸딩의 식감을 크게 좌우한다. 체에 걸러주면 달걀의 끈적한 부분이 제거되어 훨씬 매끄러운 질감이 완성된다.
체에 거른 푸딩 액은 잠시 그대로 둔다. 표면에 생긴 작은 거품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도록 기다리는 과정이다. 이 단계를 거치면 완성된 푸딩의 표면이 훨씬 깔끔해진다. 서두르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팬에서 익히는 온도 조절
팬으로 푸딩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불 조절이다. 푸딩은 직접적인 강한 열에 매우 약하다. 반드시 중탕 방식으로 익혀야 한다. 깊이가 있는 팬이나 냄비를 준비하고, 바닥에 키친타월을 깐다. 그 위에 푸딩 용기를 올리면 조리 중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팬에 뜨거운 물을 붓되, 푸딩 용기 높이의 절반 정도까지만 채운다. 물이 너무 많으면 끓으면서 푸딩 액이 들어갈 수 있고, 너무 적으면 온도가 고르게 전달되지 않는다. 물을 붓고 나면 불을 가장 약하게 맞춘다.
이제 푸딩 용기에 준비한 푸딩 액을 붓고 뚜껑을 덮는다. 뚜껑에는 수증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천이나 키친타월을 덮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물방울이 푸딩 표면에 떨어져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약한 불에서 25분 정도 천천히 익힌다. 중간에 절대 끓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더 줄이거나 잠시 불을 끈다. 푸딩은 서서히 익을수록 식감이 부드럽다. 시간이 지나 푸딩 중앙을 살짝 흔들었을 때, 젤리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면 익은 상태다.
불을 끈 뒤에도 바로 꺼내지 않고 그대로 5분 정도 둔다. 잔열로 내부까지 고르게 익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팬에서 꺼내 실온에서 잠시 식힌다.
식힘과 완성 단계
푸딩은 뜨거울 때보다 식힌 뒤에 진가를 발휘한다. 실온에서 어느 정도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최소 2시간 이상 굳힌다. 이 시간 동안 푸딩의 구조가 안정되면서 숟가락으로 떠도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완전히 식은 푸딩은 표면이 매끄럽고, 흔들었을 때 전체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이때 캐러멜 소스를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캐러멜은 설탕과 물만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없어도 푸딩 자체의 고소한 맛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푸딩을 접시에 꺼낼 때는 가장자리를 얇은 칼로 한 바퀴 돌려 공기를 넣어준다. 그런 다음 접시를 덮어 뒤집으면 자연스럽게 빠진다. 만약 컵째로 먹는다면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된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방식도 충분히 즐겁다.
보관은 냉장 보관 기준으로 이틀 정도가 적당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빠르게 먹는 것이 좋다. 먹기 전에 꺼내 5분 정도 두면 차가움이 줄어들어 풍미가 더 잘 느껴진다.
요리 후 느낀 점
이번에 팬으로 푸딩을 만들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디저트도 결국 불 조절과 기다림이라는 사실이었다. 재료는 단순했지만, 불을 얼마나 약하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강한 불로 빠르게 익히려 했다면 절대 이 부드러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체에 거르는 과정과 중탕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번거롭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완성도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났다. 직접 만든 푸딩을 한 숟가락 떠먹었을 때, 입안에서 천천히 풀어지는 질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족들도 시중에서 파는 푸딩보다 덜 달고 부드럽다며 좋아했다. 무엇보다 재료를 직접 선택하고 조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되었다. 다음에는 바닐라 향을 더하거나,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해 변화를 줘볼 생각이다.
푸딩은 화려한 기술이 필요한 디저트가 아니다. 천천히 익히고, 충분히 식히는 것만 지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팬 하나로 완성한 이번 푸딩은 집에서도 충분히 좋은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조용한 오후, 차 한 잔과 함께 먹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다.